한 상자 라면과 한 줌의 온기 > 칼럼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칼럼

HOME  >  오피니언  >  칼럼

[DSTV칼럼] 한 상자 라면과 한 줌의 온기

김의선 목사 기자
작성일 2026-07-25 07:10

본문

지구 반대편 스페인에서는 거대한 산불이 모든 것을 재로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시뻘건 불길이 하늘을 뒤덮은 사진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이 시대가 겪는 고통과 불안의 풍경화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주변에는 ‘외로움’이라는 보이지 않는 불길이 수많은 영혼을 잠식하며 심각한 공중 보건 문제로 떠올랐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세상은 이처럼 거대한 재난과 개인의 깊은 고립감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런 무겁고 암담한 소식들 사이에 작지만 온기 있는 이야기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필리핀 선교사님들을 위해 한국 라면 800상자를 후원한 한 기업인의 이야기, 그리고 작은 교회 아이들의 여름성경학교를 위해 물총과 비치볼을 정성껏 포장한 선교회의 이야기입니다. 어찌 보면 거대한 세상의 문제 앞에서 라면 한 상자, 물총 하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라면으로 산불을 끌 수도, 물총으로 외로움을 씻어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은 나눔들 속에서 복음의 위대한 역설을 발견합니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기억하시는지요. 꽁꽁 언 손으로 성냥을 하나씩 켤 때마다 소녀는 따뜻한 난로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사랑하는 할머니의 환상을 봅니다. 비록 그 불빛은 짧고 환상은 이내 사라지지만, 그 순간만큼은 소녀의 얼어붙은 세상에 온기와 빛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동화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우리에게 깊은 갈망을 남깁니다. 바로 저 차가운 세상 속 누군가를 위한 한 줌의 온기에 대한 갈망입니다.

우리가 나누는 라면 한 상자와 여름성경학교 물품은 어쩌면 이 성냥 한 개비와 같을지 모릅니다. 그것이 세상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가장 춥고 외로운 순간에,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기억하십니다”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복음의 불빛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절망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거창한 이론이나 시스템이 아닌, ‘임마누엘’이라는 이름의 아기 예수, 즉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사랑 그 자체를 보내주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뒤덮은 거대한 산불을 다 막을 수는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각자는 추위에 떠는 한 영혼의 곁에서 성냥 한 개비를 켤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온기와 빛이 모일 때, 세상은 절망 속에서도 하늘의 소망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자녀들아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하자” (요한일서 3:18). 오늘, 당신의 성냥갑에는 몇 개의 성냥이 남아 있습니까?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