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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편리함, 신앙의 '야성'을 거세할 것인가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8-26 07:10

본문

인공지능(AI) 기술이 신앙의 영역에 스며들면서, 그 효용성에 대한 기대와 함께 본질적 과정의 훼손에 대한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다니엘 고메즈 산체스의 지적처럼, 문제는 AI가 부정확한 신학 정보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신앙 성숙에 필수적인 고유의 과정을 생략시키고 인간을 의존하게 만드는 데 있다. 이는 신앙의 '야성(Wildness)'을 거세하고, 잘 길들여진 '반려 신앙'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심각한 경고이다.

신앙의 여정은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이고 때로는 고통스러운 씨름의 과정이다. 구약의 인물 야곱은 얍복 나루에서 날이 새도록 하나님의 사자와 씨름했다. 그는 그 처절한 싸움 끝에 '이스라엘'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지만, 환도뼈가 위골되어 평생 다리를 저는 장애를 안고 살아야 했다. 이 이야기는 신앙의 축복이 안락한 소파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밤샘의 사투와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통해 주어짐을 웅변한다. AI는 우리에게 야곱의 씨름을 생략하고 축복의 결과만을 손쉽게 얻을 수 있다고 속삭인다. 즉각적인 기도문 생성, 맞춤형 설교 요약, 신학적 질문에 대한 즉답은 우리를 얍복 나루의 고통스러운 밤으로부터 도피하게 만든다.

이러한 기술적 편의주의는 신앙을 깊은 인격적 만남이 아닌, 얄팍한 정보 소비의 차원으로 격하시킨다. 성경을 묵상하며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해 기다리는 대신, AI가 요약해준 '핵심 메시지'를 취한다. 공동체 안에서 서로의 연약함을 나누고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는 수고 대신, 개인화된 영적 조언을 구한다. 이는 결국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를 단절시키고, 신앙을 자기만족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마지막 때의 징조를 명확히 경고했다. 디모데후서 4장 3절은 “때가 이르리니 사람이 바른 교훈을 받지 아니하며 귀가 가려워서 자기의 사욕을 따를 스승을 많이 두고”라고 말한다. AI는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유혹적인 '자기의 사욕을 따를 스승'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사용자의 기호와 수준에 맞춰 가장 듣기 좋은 말,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을 속삭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회는 AI 기술 활용에 대한 명확한 신학적, 목회적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 노동력 절감이라는 효율성의 잣대가 아니라, 성도의 신앙을 성숙으로 이끄는 본질적 과정을 지켜낼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 결코 신앙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야곱이 남긴 절뚝거림의 흔적이야말로 그가 하나님을 대면한 영광의 상징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 교회는 성도들이 편리함의 유혹을 이기고, 거룩한 씨름의 자리로 나아가도록 격려하고 훈련하는 본연의 임무에 더욱 충실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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