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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울, 국가의 공의를 묻는다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6-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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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언론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을 향해 던진 공개 질의는 단순히 예산 배분의 문제를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공동체의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 특정 종교(불교)에 전체 종교 예산의 81.9%를 배정하고, 개신교에는 고작 4.8%를 할당한 현실은 상식과 형평성의 기준을 심각하게 위반한 처사다. 이는 단순한 행정적 차별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차별적 행정의 근거와 기준이 전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종무실’이라는 조직 자체가 일제강점기 식민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행정적 유산이라는 지적은, 오늘날에도 국가가 종교를 통제하고 길들이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한다. 국가는 종교의 ‘지원자’가 아니라, 모든 종교가 동등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특정 종교에 압도적인 재정적 특혜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 스스로 조정자의 역할을 포기하고 특정 종교의 후원자로 전락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리키니우스 황제가 반포한 밀라노 칙령은 로마 제국 내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허락했다. 이 칙령의 핵심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옹호하거나 박해하는 대신, 모든 종교에 대한 ‘호의적인 중립성’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는 국가가 종교 문제에 있어 공정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 사회 전체의 안정과 평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역사적 선례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종교 정책은 1700여 년 전의 이 원칙에서 오히려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통렬한 성찰이 필요하다.

성경은 통치자에게 무엇보다 ‘공의’와 ‘정의’를 요구한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화려한 종교의식이 아니라, 사회 속에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것이다. 선지자 아모스는 이렇게 외쳤다.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 (아모스 5:24). 국가의 재정은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진 공적 자산이다. 이 자산을 분배하는 저울이 한쪽으로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다면, 이는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공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다.

따라서 기독언론협회의 공개 질의는 특정 종교의 이익을 대변하는 차원을 넘어, 이 땅에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예언자적 외침이다. 정부는 더 이상 불투명한 행정 뒤에 숨지 말고, 종교 예산 배분의 헌법적 정당성과 구체적인 기준을 국민 앞에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교회는 국가의 지원을 구걸하지 않는다. 다만,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국민이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않도록, 공의의 저울이 바로 설 때까지 감시하고 외치는 파수꾼의 사명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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