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시대, 교회의 잃어버린 경도를 찾아서 > 사설 > 한국교회공보

팝업레이어 알림

팝업레이어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HOME  >  오피니언  >  사설

표류하는 시대, 교회의 잃어버린 경도를 찾아서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7-24 07:10

본문

오늘날 한국 교회를 둘러싼 소음은 실로 거대하다. 특정 단체의 이름을 내건 정체불명의 광고가 분열의 의혹을 낳고, 각종 연합기구의 성명서는 그 실효성을 의심받으며 공허한 메아리로 흩어진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함대처럼,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돛을 올려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혼돈의 파도에 휩쓸리고 있다.

1707년 10월, 영국 해군 역사상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실리 제도 해난 사고가 있었다. 지중해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귀환하던 영국 함대는 자만심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안개와 악천후 속에서 함대는 자신들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4척의 군함과 2천 명에 가까운 생명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선원들이 위도는 측정할 수 있었으나, 경도를 정확히 계산할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항로를 잡아줄 절대적인 기준점이 부재했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수많은 사역과 프로그램을 통해 분주히 항해하고 있지만, 정작 교회의 존재 이유라는 경도를 잃어버렸다. 그 결과, 우리는 본질이 아닌 비본질적인 문제로 갈등하고, 세상의 조류에 편승하여 권력과 명예를 탐하다 좌초의 위기를 맞고 있다. ‘거룩한 방파제’라는 이름이 특정 단체의 소유물인 양 다투는 동안, 세상의 죄악이라는 거대한 해일은 우리의 다음 세대를 무섭게 덮치고 있다.

그러나 절망의 바다 한가운데서도 희망의 등대는 빛나고 있다. 모로코의 차가운 감옥에서 복음 때문에 ‘희망의 포로’가 되기를 자처한 청년의 신앙, 모잠비크의 작은 마을에서 장애 아동들을 일으켜 세우는 ‘세켈레카’의 이름 없는 헌신이 바로 그것이다. 프랑스에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예배 처소를 찾지 못해 떠도는 이들의 눈물과, 생명의 존엄성이 위협받는 시대 속에서 진리를 외치는 목소리야말로 교회가 붙들어야 할 유일한 좌표이다. 그것은 세상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을 향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의 길이다.

교회의 진정한 ‘거룩한 방파제’는 조직이나 구호가 아니라, 이처럼 이름도 빛도 없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성도들의 삶 그 자체이다. 이제 한국 교회는 내적 다툼과 외적 과시의 항해를 멈추고, 우리의 유일한 경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아가야 한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길은 지극히 작은 자를 섬기는 길이었다.

“임금이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 (마태복음 25:40)
기사 공유하기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