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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유산 위에 세우는 내일의 교회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6-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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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지나간 과거의 박제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고 미래를 조각하는 거울이다. 6.25 전쟁 76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기억과 기록, 책임'을 다짐한 것은 단순히 과거사를 추념하는 행사를 넘어, 교회의 시대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묻는 준엄한 자기 성찰이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이 민족을 건지신 하나님의 손길을 기억하는 일은, 오늘의 번영이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잊지 않으려는 신앙적 결단이다.

기억의 상실은 정체성의 상실로 이어진다. 조지 오웰은 그의 소설 『1984』에서 “과거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고, 현재를 지배하는 자가 과거를 지배한다”고 통찰했다. 전체주의 정권이 역사를 끊임없이 수정하고 재단하는 이유는, 과거에 대한 해석권을 장악함으로써 현재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미래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함이다. 6.25 전쟁의 발발 원인과 참상에 대한 기억을 희석하려는 시도들 앞에서 교회가 역사적 진실의 파수꾼으로 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는 비단 한반도의 역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의 기독교적 가치에 대한 복음주의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 또한, 우리가 얼마나 쉽게 우리의 신앙적 뿌리와 역사적 유산을 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경고등이다.

기억의 중요성은 미래를 마주할 때 더욱 선명해진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적 파고 앞에서 유럽 의회가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성경적 개념을 인간 존엄성의 근간으로 소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이 왜 존엄한가라는 질문에 대해 세상은 이성, 자의식, 혹은 유용성이라는 불안정한 토대 위에서 답을 찾으려 헤맨다. 그러나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이 거론되는 시대에, 이러한 기준들은 모래성처럼 위태롭다. 오직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창조의 기억만이, 인간을 도구나 부품으로 전락시키려는 모든 시도에 맞설 수 있는 영원불변의 방파제가 된다.

이스라엘을 향한 하나님의 명령은 단호하고 분명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 사십 년 동안에 네게 광야 길을 걷게 하신 것을 기억하라 이는 너를 낮추시며 너를 시험하사 네 마음이 어떠한지 그 명령을 지키는지 지키지 않는지 알려 하심이라” (신명기 8:2). 광야의 고난을 기억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겸손하게 했고, 약속의 땅에서 교만하지 않고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게 하는 힘이 되었다. 한국교회는 이제 6.25의 비극적 기억, 유럽 교회의 역사적 기억, 그리고 태초의 창조적 기억을 모두 아우르는 거시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그 기억의 유산 위에서만이 우리는 다가오는 시대를 분별하고,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내일의 교회를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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