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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의 피 위에 다시 세우는 신앙의 방파제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9-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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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뙤약볕 아래, 650킬로미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순례자들의 발걸음이 한국교회를 향한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서울 양화진에서 시작하여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지에 이른 ‘거룩한방파제’ 국토순례는 단순히 땅을 밟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교회의 영적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는 기억의 순례였으며, 세속화의 거친 파도 앞에 무너진 신앙의 제방을 다시 쌓아 올리는 회복의 제단이었다. 때맞춰 들려온 성락교회 교개협의 7년 만의 전교인 수련회 소식 역시, 상처 입은 공동체가 말씀 안에서 하나 되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희망의 증거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성장과 부흥의 시대를 지나 정체와 쇠퇴의 골짜기를 통과하고 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보다 세상의 근심거리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러한 때에, 두 사건은 교회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교회의 생명력은 화려한 건물이나 거대한 조직에 있지 않다. 그것은 오직 순교적 각오로 복음의 진리를 사수했던 선조들의 신앙을 계승하고,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살아있는 말씀을 통해 영혼의 회복을 경험하는 데 있다.

중세 암흑기, 알프스 산맥의 험준한 골짜기에서 신앙을 지켰던 발도파(Waldensians)의 역사는 우리에게 깊은 교훈을 준다. 그들은 수백 년에 걸친 가혹한 박해 속에서도 성경을 필사하여 자녀들에게 가르쳤고, 동굴과 숲속에서 예배하며 복음의 순수성을 지켜냈다. 그들의 좌우명 ‘어둠 속에서 빛이 빛난다(Lux lucet in tenebris)’는 시대를 초월하여 교회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증언한다. 발도파 교인들이 그러했듯, 우리 역시 세상의 풍조에 맞서 진리의 말씀을 굳게 붙들고 다음 세대에게 신앙을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거룩한방파제 순례단이 세운 90개의 방파제는 바로 이러한 영적 저항과 계승의 상징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양적 성장의 신기루에서 벗어나 신앙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에 전심을 다해야 한다. 순교자들이 피로 지켜낸 복음의 가치를 다시금 심장에 새기고, 분열과 갈등의 상처를 말씀과 기도로 치유하며, 모든 세대가 함께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보는 신앙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이 땅에 교회를 세우신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응답이다.

"이러므로 우리에게 구름 같이 둘러싼 허다한 증인들이 있으니 모든 무거운 것과 얽매이기 쉬운 죄를 벗어 버리고 인내로써 우리 앞에 당한 경주를 하며 믿음의 주요 또 온전하게 하시는 이인 예수를 바라보자 그는 그 앞에 있는 기쁨을 위하여 십자가를 참으사 부끄러움을 개의치 아니하시더니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으셨느니라" (히브리서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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