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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육신이 되어: 가상 시대 속 육화(肉化)의 신앙을 회복하라

한국교회공보 기자
작성일 2026-08-29 07:10

본문

인공지능이 신학적 담론을 생성하고, 지구 반대편의 재난이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시대다. 우리는 전례 없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지만, 역설적으로 신앙의 깊이는 얕아지고 있다. 오늘의 뉴스는 우리에게 흩어진 파편처럼 보이지만, 그 중심에는 ‘육화(Incarnation)’, 즉 신앙의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현존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질문이 자리 잡고 있다.

북아일랜드의 신학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언어와 역사라는 구체적인 땅 위에서 고뇌한다. 그의 고민은 추상적 사유가 아닌, 400년간 이어진 삶의 터전에서 비롯된 실존적 물음이다. 네팔의 홍수 현장과 수단의 억류된 구호 활동가 소식은 그리스도의 사랑이 관념이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고통의 현장으로 들어가는 ‘몸’으로 증명됨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은 신앙이 결코 가상의 공간에 머무는 데이터의 집합이 아님을 웅변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발전은 우리에게 정반대의 길을 유혹한다. 신앙의 본질적 ‘과정’인 묵상, 기도, 고뇌의 시간을 건너뛰고 손쉽게 답을 얻으려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는 마치 16세기 종교개혁가 윌리엄 틴데일(William Tyndale)의 삶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이 평신도의 손에 들려 읽히는 ‘육화’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쳤다. 킹 제임스 성경의 80% 이상에 영향을 미친 그의 번역은 단순한 지적 작업이 아니었다. 그것은 조국을 떠나 평생을 쫓기는 도망자의 삶, 그리고 마침내 화형대의 이슬로 사라지는 순교의 고통 속에서 잉태된 피와 땀의 결정체였다. 틴데일은 말씀을 영어라는 ‘육신’ 속에 담아내기 위해 자신의 육신을 내던졌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틴데일의 길과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길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하고 있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앞세워 신앙의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물만 취할 것인가, 아니면 더디고 고통스럽더라도 우리의 삶 속에서 말씀을 살아내고 체화하는 육화의 길을 걸을 것인가. 이탈리아의 독서율 통계는 이 시대에 ‘읽고 묵상하는 행위’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 영적 투쟁인지를 암시한다. 교회는 다시 ‘말씀의 사람들’로 돌아가야 한다. 가상의 공간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스크린 속 활자가 아닌 이웃의 얼굴 위에서, 알고리즘의 추천이 아닌 성령의 인도하심 속에서 그리스도를 만나야 한다.

요한복음은 선포한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우리가 그의 영광을 보니 아버지의 독생자의 영광이요 은혜와 진리가 충만하더라” (요 1:14). 교회의 사명은 이 육화의 신비를 따라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우리의 신앙이 다시금 구체적인 시공간 속에서 피와 살을 가진 실체로 살아 움직일 때, 세상은 비로소 우리를 통해 참된 영광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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